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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한옥의 굴도리(양)와 납도리(음)

한재 2023. 6. 13. 15:17

 

#한재 신충우 파일 57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

동아시아 전통 우주론의 기본 세계관으로,

이를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 한다.

 

고대로부터 이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뜻으로 해석됐다.

 

대표적인 것이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천원지방을 말 그대로

하늘과 땅의 실제 모양으로 보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천원지방을 양()과 음()으로 비유해

하늘은 양(), 땅은 음()으로 보는 입장이다.

 

조선시대에는

이런 사상이 한옥건축에 적용돼

창덕궁 연경당 경우 내행랑채에

남성이 드나드는 문에는 굴도리가 사용됐고

여성이 드나드는 문에서는 납도리가 사용됐다.

 

굴도리는 단면이 둥그런 도리이고

납도리는 단면에 모가 있는 도리이다.

 

 

한옥의 납도리신충우, 2020

 

 

도리란

서까래 바로 밑에 가로로 길게 놓인 부재로

서까래를 타고 내려온 지붕하중이 가장 먼저 이에 전달된다.

 

서민들의 민도리집에서는

단면이 네모난 방형도리를 많이 쓰는데 이를 납도리라고 한다.

그러나 양반주택에서는 민도리집이라고 해도

사랑채와 안채 등 중요건물은 단면이 원형인 굴도리를 즐겨 쓴다.

궁궐이나 사찰 등에서는 규모가 작은 부속채를 제외하고는

굴도리를 쓰는 경우가 훨씬 많다.

 

도리는 돌리다란 뜻으로,

기둥을 세우고

그 위를 울타리치듯 돌려

결구하는 부재이다.

 

단면의 모양에 따라

모가 나면 납도리,

둥굴면 굴도리라고 한다.

 

굴도리는

둥굴 둥굴 잘 구른다고 해,

납도리는

각이 지고 납작하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납도리는

면의 각에 따라

사각, 육각, 팔각 등이 있다.

납도리는

단면에 모가 나서

모도리라고도 한다.

 

굴도리는

면의 모양이 원형이라

원형 도리라고도 한다.

 

옛날부터 살림집에는

굴도리를 쓰지 않고 납도리를 많이 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납도리가 굴도리에 비해 마감이 깔끔하고

(기둥)사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성이 거처하는 사랑에는

천원지방 사상에 의거 굴도리를 사용한다.

 

큰 집이나 전각에는 굴도리를 쓴다.

굴도리를 쓰면 건물의 격이 높아진다.

기둥이 원형이면 대부분

굴도리를 사용한다.

 

설치위치에 따라

출목도리, 주심(처마)도리, 외목도리, 내목도리,

하중도리, 중중도리, 상중도리, 종도리(마룻도리) 등이 있다.

 

가장 높은 곳인

용마루가 있는 부분에 놓이는 도리를

종도리(마룻도리)라 하고

건물 외곽의 평주 위에 놓이는 도리를

처마도리 또는 주심도리라고 한다.

삼량가에서는 종도리와 처마도리만으로 구성되지만

오량가인 경우에는 동자주 위에도 도리가 올라간다.

이것은 가운데 있다고 하여 중도리라고 한다.

구량가에서는 한쪽에 다섯 개의 도리가 놓이기 때문에

동자주나 고주 위에 놓인 중도리를 기준으로

위에 있는 것을 중상도리,

아래 있는 것을 중하도리로 구분해 부른다.

칠량가에서는 중도리가 없고

중상도리와 중하도리로 구성된다.

 

또 출목이 있는 포식건물에서는

출목상에도 도리가 놓인다.

그래서 기둥 위에 놓인 도리와

출목 위에 놓인 도리를 구분하기 위해서

주심상의 도리를 주심도리라고 하고

출목상에 있는 도리를 출목도리라고 한다.

그런데 출목은 내외가 있으므로

이를 구분해

외출목상에 있는 도리는 외목도리,

내출목상에 있는 것은 내목도리라고 한다.

출목이 여러 개인 경우는

주심을 기준으로 각각 번호를 붙여준다.

 

 

부여 롯데리조트의 굴도리 한옥회랑<사진 출처>https://blog.naver.com/anais052

 

 

한옥에서의 도리는

기둥 위에 울타리처럼

돌려서 결구한다.

도리를 시공해야만

서까래를 올릴 수 있다.

 

가로로 연결되는 도리는

세로로 연결되는 보와

직각으로 설치돼

서까래를 받치는 구실을 한다.

 

기둥이 다리라면

도리는 어깨와 같은 역할이다.

 

기둥이 원형이면 

대부분 미학적인 측면에서

도리도 원형인 굴도리를 사용한다. 

격이 있어 보인다.

 

 

단재 신채호선생 사당문신충우, 2020

 

 

그러나

효자각과 같이 규모가 작은 경우는

원기둥에 사각의 납도리를 사용한다.

단정하고 아담해 보이기 때문이다.

굴도리는 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연구가/여행작가 한재 신충우>

 

이글루스 등재 : 2020/12/08

티스토리 이전 : 2023/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