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 쇤네 찾으셨습니까?”
사극을 시청하다가 보면
이런 표현이 나오는데
‘쇤네’는 자신을 낮추는 1인칭 호칭이다.
요즘에는
대화 중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호칭으로
‘소인’을 조금 더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유의어로
‘소인’, ‘소인네’, ‘쇤’이 있다.
‘쇤’은 ‘소인’의 준말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1950년대까지만 해도
노인들 사이에서 ‘쇤네’라는 말이 사용됐다.
주로 하인들이 상전에게 쓰던 용어로
요즘 사용하는 ‘이놈’ 수준의 호칭이다.
주권재민의 현재와 달리
과거에는 봉건 군주시대로
그 사람이 사용하는 호칭이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냈다.
“은혜요? 그런 말씀은 마옵소서. 쇤네가 본래 어려서부터 무의무탁한 년으로서 영감마님의 은덕을 입어 살아왔는데, 도리어 영감마님의 쇤네의 은혜를 갚는다 하십니까? 일전에 쇤네가 졸지에 무엄한 말씀을 하여 영감마님에게 득죄하였습니다마는 이제는 영감마님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단재 신채호의 ‘백세 노승의 미인담’(6)에 나오는 내용이다.
“쇤네는 본래 차를 마시는 남도 땅에서 자랐사옵니다. 지금도 고향 형제들이 쇤네에게 차를 보내주고 있사옵니다.”
“고향이 어디더냐?”
“전라도 동복이옵니다. 그곳에는 임금님께 차를 덖어 진상하는 다소(茶所)가 있사옵니다.”
정찬주의 장편소설 ‘천강에 비친 달’에 나오는 내용이다.
봉건 군주시대를 대표하던 1인칭 대명사로는
‘과인’과 ‘소신’이 있다.
‘과인’(寡人)은 왕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로
임금이 자신을 스스로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소신’(小臣)은 신하가 임금을 상대해
자신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본관’(本官)은
본인을 나타내는 근본 본(本)를 사용하는 말로써
관직에 있는 사람이 공석에서 자신을 이르는 말이다.
본인(本人)은 과거 박정희, 전두환 등 대통령들이
마치 ‘과인’이나 ‘짐’을 대신하듯
자기를 지칭하는 1인칭 대명사로 사용했다.
‘짐’(孤)은: 천자로 취급되는
중원의 임금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소(小)자가 들어가는 호칭으로
현재도 사용하는 것으로는
‘소인’, ‘소자’, ‘소첩’, ‘소승’ 등이 있다.
‘소인’(小人)은
신분이 낮은 사람이 자기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을 상대해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1인칭 대명사이다.
‘소자’(小子)는 아들이 부모에게 자신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소승’(小僧)은 승려가 자신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빈도’(貧道)도 승려나 도사가 자신을 낮춰 이를 때 사용하는 말이다.
‘소첩’(小妾)은 부인이 남편에게 자신을 낮추어 이르던 말로
요즘에는 가정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공식적인 일을 보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소첩’보다는 ‘신첩’을 사용한다.
‘신첩’(臣妾)의 신은 대신이라는 뜻으로,
후궁은 다 품계가 있다.
인간관계는
호칭으로 시작해 호칭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칭어는 화자가 대화 상대방을 부를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넓은 의미로 상대를 가리키는 지칭어를 포함하기도 한다.
국어는 대화 상대에 대한 대우 정도를 문법 장치로
정교하게 표현하는 언어인 만큼
상대에 대한 호칭어 역시 다양한 방식의 유형이 존재한다.
상대를 존대하기 위해서 연결되는 ‘-씨’는
주로 ‘성+이름(송채린)’이나 ‘이름(채린)’에 연결되지만
바로 ‘성’에만 연결되어 ‘김 씨, 이 씨’ 등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상대에 대한 존대의 의미는 없다.
이러한 유형에는
이름 호칭어(채린아, 송채린 씨, 송채린 님),
직함 호칭어(김 과장, 김 과장님),
친족 호칭어(할아버지, 할아버님, 형수, 형수씨),
대명사 호칭어(자네, 자기),
통칭적 호칭어(아줌마, 아저씨) 등이 있다.
이러한 호칭어 사용은 동일한 상대일지라도
대화 상황이나 친밀감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송채린’이라는 동일인을 집에서는 ‘채린아’로 호칭하지만
학교나 직장에서는 ‘송채린 씨(님)’ 등으로 호칭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리고 동년배 사이에서는 서로 친밀하지 않을 경우에는
‘송윤근 씨’로 호칭하다가
친밀하게 된 후에는 ‘윤근아’ 등으로 호칭하기도 한다.
<한재 신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