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 신충우 파일 13

 

 

 

우리 집은

제사 때 제주(祭酒)로

‘백화수복’을 쓴다.

 

우리 한국인은

흰색을 좋아하는

‘백의민족’으로

고래로부터

선조의 제사 때

흰옷을 입고

흰떡과 흰밥을 차려놓고

맑은 술, 흰술을 올렸다.

 

 

일반 가정의 명절 차례상<출처>연합뉴스/중앙일보

 

 

‘우상숭배’라며 제사를 거부하는

개신교 신자 이외

우리 국민의 대부분이 제사를 지낸다.

그래서

명절 땐 국민의 절반이 이동해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진다.

 

우리나라 종교인 비율은

2021년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전체 인구의 40%로

비종교인이 60%을 차지한다.

전체 인구 대비 종교별 비율은

개신교 17%, 불교 16%, 천주교 6%, 기타 1%등으로

종교인의 절반(23%)이 기독교 신자인 셈이다.

 

이 조사를 통해

‘꼬리가 전체를 흔든다’는

속담이 개신교의 제사 거부에

딱 어울리는 말처럼 분석된다.

 

천주교가 한국인의 풍속을

존중하게 된 것은 개신교보다

먼저 한국에 들어오면서

매운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포에 소재한 절두산성지가

그를 대변해 준다.

 

자기의 조상이 우상이면

개신교 신자는 어디서 왔는가.

 

아무리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하필이면

동명이인(同名異人) 중에

우리의 정서에 반한

개신교 목사가 있다는 사실에

한국인으로서

심히 민망하고 또 민망하다.

 

조선시대

억불정책(抑佛政策)에도

굳건하게 살아남아

기독교가 득세하는

작금의 친미 기류 속에서도

불자(佛子)가 아직도

16%나 된다는 것은

동양을 대변하는

불교가 이제는

우리사회에 토착화됐다는 의미이다.

개신교와 달리

불교는 제사를 장려한다.

 

한국인의 제사 풍속은

천제(天際)에서 유래한 것으로

경천사상(敬天思想)이다.

 

경천사상이란

하늘을 절대자로 숭배하는 사상으로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환하고 끝이 없는

하늘을 숭상하며 살아왔다.

그러기에

우리 민족을 일컬어 예맥족이라 칭했는데

이는 밝음을 뜻하는 말이다.

 

상기에 언급한

백화수복(白花壽福)은

상기의 흰술에 해당한다.

 

그러면

여기서 말하는

흰술이란 무엇인가.

 

맑은 술로

청주(淸酒)이다.

한자로 맑을 淸(청)자를 써

청주(淸酒)라 하는 것이다.

 

청주(淸酒)는

누룩으로 곡물을 당화, 발효시켜 탁주를 담근 후

용수를 이용해 자연적으로 침전시키거나

고운 천으로 술지게미를 걸러낸 맑은 술로

전통 방식으로 양조돼 주로 상류층이 즐기던 고급 양조주이다.

 

알코올 도수는 13~18%다.

포도주처럼 식사를 하며 반주로 들기 적합한 술이다.

요리에도 요긴히 사용되는데

고기의 누린내와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며

요리 자체의 풍미를 돋구는 역할을 한다.

 

중국에서는

맑게 만들었다는 뜻으로

바이간(白干)이라 한다.

우리가 중국술을

‘빼갈’이라고 부르는 것은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흰술이란 의미로

백주(白酒)라는 이칭도 있다.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추석‧설 명절이나 제사 때

집에서 직접 술을 담아

맑은 술을 빚어 사용했다.

 

이 가정주가

상기에서 언급한 청주이다.

 

나는 고두밥 먹는 재미로

술 담는 날을 기다리곤 했다.

‘꼬들꼬들’해 맛 있다.

 

고두밥을 시루에 쪄서

명석 위에 고루 펴 식힌다.

너무 뜨거우면

누룩이 발효되지 않았기 때문에

열을 식히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 다음 누룩과 섞어 항아리에 담고

물을 부어 손으로 저으면 끝이다.

 

옛날에는

발효시키는 첨가제가 없었기 때문에

술이 익는데 보름에서 한 달 정도 걸렸다.

 

고두밥은 아주 되게 지어 고들고들하게 지은 된밥으로

주로 식혜나 술을 만들 때

발효에 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

 

물기가 많으면 ‘진밥’이라 하고 적으면 ‘된밥’이라 한다.

된밥 중에서도 그냥 먹기 힘들 정도로

쌀 알갱이가 ‘꼬들꼬들한’ 된밥이 ‘고두밥’이다.

 

지금은 쌀이 남아돌아

정부에서 보관에 애를 먹고 있지만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쌀이 부족했기 때문에

양곡관리법을 제정해

가정에서 담아 먹는 가정주를

빚지 못하게 엄하게 규제했다.

밀주 단속에 걸리면

벌금이 호되게 나왔다.

 

우리 집은 밀주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술항아리를 잿간 바닥에 묻고 재로 덮었다.

그래서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여러 번 밀주 단속이 나왔는데도

우리집은 운이 좋아 한번도 걸린 적이 없다.

 

가양주를 합법적으로 담글 수 있게 된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지역별로 전래돼 온 민속주를 되살리자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관련 세법이 개정돼

전통주를 합법적으로 제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술들이 제조돼 맛나게 마실 수 있게 됐다.

 

 

백화수복ⓒ신충우, 2022

 

 

약주(藥酒)는

약재를 비롯한 여러 부재료가 술을 빚는 과정 중

첨가되는 청주를 뜻하며

‘약으로 사용하는 술’인 약용주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술을 높여 부를 때도 사용됐는데

조선시대 전기부터 용례가 확인된다.

요즘은 그냥 “약주 하셨습니까?”같은 표현으로

상대가 자기보다 높은 위치에 있을 때

술을 약주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곡물 외에 별 다른 것이 첨가되지 않은

순곡주 형태의 청주면 그냥 청주라고 부르고

이런저런 부재료가 첨가된 청주는 약주라고 부른다.

 

조선시대 후기에 들어선

청주의 이칭으로도 쓰이기 시작했는데

현행 주세법 상 주류 종류 중 하나인

약주는 이쪽의 의미를 따른다.

 

대한민국 주세법 상으로는

주세법상 청주와 주세법상 약주가 구분되는데

이게 주객전도라서

주세법상 청주가 일본식 청주인 사케를 의미하며

정작 한국식 청주는 주세법상 약주로 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주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청주가 되려면 누룩을 1% 미만으로 써야하며

누룩이 1% 이상 들어가면 무조건 약주로 분류되고 있다.

즉, 사실상 청주 이름을 달려거든

전통 누룩을 쓰지 말라는 얘기다.

 

전통적으로 오랜 세월 한국에서

청주라 부르던 술을 청주라 부르지 못하고

약주라고 해야하며

대신 사실상 일본식 청주만을 청주라고

지칭하도록 법이 돼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는 현 주세법이

일제강점기 시절 만들어졌던 주세법의 분류 방식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쓰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일제는 1916년 세분화된 주세령을 내리면서

가양주는 판매하지도 못하고 가업으로 이을 수도 없게 하면서

사실상 가양주 제조를 금지시켰다.

그리고 사케를 청주로 정의했고

기존에 있던 한국식 청주는 청주에서 제외시키고

약주로 분류했는데

이 때의 분류를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의 술 청주는 언제쯤 독립해

자기의 신분을 회복할 수 있을까.

 

청주를 대표하는

술로는 ‘백화수복’과 ‘백세주’가 있다.

 

<‘한’연구가 한재 신충우>

 

 

이글루스 등재 : 2022/12/26

티스토리 이전 : 2023/05/29

 

 
Posted by 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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