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 신충우 파일 31
이 절벽에 성을 쌓고
천 리 강물 내려다보면
네가 보일까
나라 잃은 설움 안고
황포 배들이 머문 포구
당에서 말갈에서
기병들이 몰려오는데
깃발을 올리고 북을 치면
네가 들을까
머물 곳 없는 슬픔이 현무암을 쌓고
스스로 문을 닫으니
백만 대군이 와도 열 수 없으리
임진강이 마르고
좌상바위가 평지가 된다 해도
내 마음은 무너지지 않으니
그대여 어서 돌아와
회군의 나팔을 불어주게
호로고루 호로고루
연천벌을 지나서 고구려까지
푸른 바람이 부는구나
시인 전윤호의
<봄날의 서재>에 나오는
‘호로고루’이다.

연천 고구려성 호로고루
<사진 출처>https://blog.naver.com/khd4312/221696956213
경기도 연천에 소재한
호로고루(瓠蘆古壘)는
임진강 현무암 절벽 위에
있는 고구려 성이다.
이 성의 명칭은
이 일대 임진강을 삼국시대부터
호로하(瓠蘆河)라 부르던 데서
유래됐다.
성의 둘레는
401m로 크지 않지만
특이하게도
남쪽과 북쪽은
현무암 절벽을
성벽으로 이용하고
평야로 이어지는
동쪽에만
너비 40m 높이 10m 길이 90m의
성벽을 쌓은
삼각형 모양의 성이다.
사적 제467호.
연천은 1977년 대학 4학년 때
군복무 중이던 막내삼촌의 면회를
다니던 곳으로 지금도 낯설지 않다.
고구려는
한강유역에서 후퇴한 뒤
6세기 중엽에서 7세기 후반까지
약 120년 동안
임진강을 남쪽 국경으로 삼았고
임진강 하류부터 상류쪽으로
덕진산성, 당포성, 무등리보루 등
성 10개를 세웠다.
고구려 성은
과학적으로 쌓았다.
-그랭이 공법
-굽도리 기초
-들여쌓기 등이
바로 그 축성기법이다.
바위가 박혀 있을 때,
이를 깎아 내거나 파내지 않고
돌을 바위가 생긴 모양대로 깎아
맞추듯 성을 쌓는 것이
그랭이 공법이다.
바위와 성벽의 돌이 밀착돼
성벽이 더욱 튼튼해진다.
성을 쌓을 때
바닥에 커다란 돌을 한두 층 쌓는 것을
굽도리라고 한다.
굽도리를 만들면
돌을 높이 쌓아도
굽도리가 무게를 견디기 때문에
성벽이 튼튼해진다.
들여쌓기는
내어쌓기의 반대 축성기법으로,
하층을 넓게 쌓고
상층으로 갈수록 조금씩 들여쌓음으로서
역학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한 층 한 층을 벽돌이
어긋나게 쌓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엇을 하든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그렇고
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요즘
집필실의 후원에서
축대기초공사를 했다.
몇 년전
인력시장에서
인부 2명을 소개 받아
무너진 돌축대를
다시 쌓았는데
돌사이를 제대로 채워주지 않아
비가 많이 오면
땅꺼짐 현상이 발생해
개축하기 위해
기초공사를 한 것이다.
이 석축공사에는
고구려 축성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큰 돌이 박혀있는 곳은
그랭이 공법을 활용하고
나머지는 굽도리를 하는데
큰 돌 대신에
사각 폐시멘트 기둥을 썼다.
이것은 과거에
울타리용으로 제조된 것이다.
폐시멘트 기둥을
바닥에 고정시키기 위해
자갈과 시멘트를 사다가
콘크리트 공사를 했다.
콘크리트(concrete)는
시멘트에 모래와 자갈, 골재 따위를
적당히 섞고 물에 반죽한 혼합물로,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고 내구성이 크다.

후원 축대 기초공사ⓒ신충우, 2021
3일간의 기초공사가
오늘서야 끝이 났다.
콘크리트가 양생되면
그 위에 들여쌓기로
돌을 쌓아 올릴 것이다.
작업은 중노동이지만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석축공사에 임한다.
재미있다.
<‘한’연구가/과학저술가 한재 신충우>
이글루스 등재 : 2021/04/19
티스토리 이전 : 2023/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