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 신충우 파일 53

 
 
 

 

빈 충만!!!

 

내가 우리의 한옥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텅 비어 있는 마당이다.

 

한옥의 아름다움은 

여백의 미에서부터 비롯된다.

 

돌아가신 모친은

마루에 나와 마당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뻥 뚫린다고 하셨다.

 

 

 

 

마당©신충우, 2020

 

 

미국과 유럽의 주택가를 거닐다보면

우리 한옥과 달리

주택을 둘러싼 담을 거의 볼 수가 없다.

 

양옥은

실내의 거실중심으로 생활이 이뤄져

울타리가 필요없지만

한옥은

실외의 마당중심으로 생활이 이뤄져

이를 보호할 울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한옥은 열린 공간이고

서양 양옥은 닫힌 공간이다.

 

서양의 양옥은 거실 중심이고

우리의 한옥은 마당 중심이다.

 

이에따라

한옥은 양옥과 달리

울타리와 대문이 필요한 것이다.

양옥은

주택의 벽이 외부와의 경계역할을 하고

현관이 한옥의 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어안렌즈로 찰영한 미국 텍사스의 중산층 주택가

<출처>https://blog.naver.com/jp0210/40042806895

 

 

여기서 재미있는 현상은

우리는

양옥에 사는 사람들도

아직도

한옥에 살던 습성이 있어

외국과 달리

울타리나 담장을 치고 산다는 것이다.

 

1939년 지어진 도시형 한옥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보존 상태가 양호했다.

집을 수선하다 겹겹의 벽지를 벗겨내 보니

소화 14(1939)에 만든 신문이 붙어있었다.

부부는 이를 떼내 집 대문 안쪽에 걸었다.

현관을 들어서면

마당을 품은 한옥이 디귿()자 모양으로 놓여 있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마당이다.

툇마루에 앉아

텅 빈 마당을 바라보는 것도 좋고,

마당 위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행복하다.

여름이면 지인들을 불러 작은 수영장을 만들고,

가을이면 화로에 고기와 고구마를 굽는다.

 

한국일보 1월 13일자

자발적 백수’ 50대 부부의 80년 된

한옥 놀이터라는 제하에 나오는

기사의 일부 내용이다.

 

논산의 명재고택은

마당을 중심으로 자 모양으로

집이 배치돼 있다.

자의 형태로 된 안채와

‘-’자 모양의 문간채에

자 모양의 사랑채가 이어진다.

 

고택의 이름 명재(()

조선 후기 성리학자 윤증의 호에서

가져온 것이다.

명재고택은

건축기술이나 아름다움에서

조선시대 명문가의 주택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배우 이영애 씨의 집을 설계한 건축가로 유명한

현상일 구도하우스 대표는 주택을 설계할 때

한옥의 안마당 역할을 하는 중정을 넣어

거실과 식당, 부엌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도록 한다.

2016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본상을 수상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의 단독주택 파티오하우스

그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준 현장이다.

파티오(Patio)는 중간 정원을 의미하는 중정(中庭)이다.

 

우리의 한옥은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휑하기까지한 마당이 보이고

마당을 가운데 두고

방과 부엌 그리고 창고 등이 있다.

 

사랑채의 경우

마당이 그리 크지 않고

마당 가장자리에

키 작은 나무를 심거나

인공연못 등을 만들어

심심찮게 조경했다.

 

안채의 마당은

사랑채보다도 넓다.

어머니와 부인, 아이들이

기거하는 곳이라

방도 많고 부엌과 창고 등

부수적인 공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넓은 마당엔

장독대 정도만 있을뿐

다른 조경은 거의 없고

마치 수목화의 여백처럼 빈공간이다.

 

안채의 마당에

아무런 장식도 하지 않은 이유는

마당을 마루의 연장선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옥의 마당은

마루에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일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마당은

봄농사를 준비하는 곳이고

볕 좋은 날에는

빨래를 널기도 하며

가을엔 추수한 농작물을 건조시키고

혼례나 잔치 등 집 안의 행사를 치룰때는

차양막을 치고 손님을 대접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필자는 마당하면

어린시절 한여름에 멍석을 깔고 놓고

식구들이 둘러 앉아 저녁을 먹던 생각이

가장 먼저 떠 오른다.

 

마당은

집의 앞이나 뒤에

평평하게 닦아 놓은 땅으로,

텅 비어 있는 공간이다.

 

집의 규모를 말할 때

마당의 개수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마당을 단순히 건물의 외부라기보다는

집의 한 요소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염집에는 보통 행랑마당·사랑마당·안마당 등이 있다.

행랑마당은 주인이나 머슴이 일을 하는 공간이고

사랑마당은 바깥주인의 공간으로 손님을 영접하는 장소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혼례식도 치러졌다.

안마당은 안방마님이 집안을 꾸려가는 가사노동의 공간으로

밖으로부터 폐쇄적인 구조를 이룬다.

뒷마당은 장독대나 굴뚝 등이 배치되어

가사노동이 집약되도록 하고,

안방이나 건넌방에서 문을 열면

감상할 수 있도록 후원을 가꾸었다.

 

마당은 양택삼요(陽宅三要)’인 대문, 안방, 부엌을 결정할 때

패철(佩鐵)을 두는 곳으로 한옥의 중심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의 방문이 모두 밖으로 열리고

대문이 안으로 열리는 것도 중심공간인 마당을 향하기 때문이다.

마당은 풍수적으로도 중요하지만

농경생활이 주()인 주택에서 농작물을 갈무리하고 건조하는데

필수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마당은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마사토를 깔고

아침마다 대나무 빗자루로 가지런히 쓸어 놓는다.

본시 마당이 밝으면 그 집이 잘된다고 했다.

그것은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고

하루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처마가 긴 한옥은 마당에서 반사된 빛이

집안까지 들어와 양명하게 생활할 수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고석담으로 쌓은 창경궁 돌담길 신충우, 2019

 

 

마당이 있는 곳에는 울과 담이 있고

울과 담이 있는 곳에는 마당이 있다.

 

울도 담도 없는 집에

시집 삼 년을 살고 나니 

 

이렇게 비롯하는 진주난봉가

지난 시절 우리 아낙네들의 서럽고도

애달픈 삶을 그림처럼 노래한다.

 

울이나 담이나

모두 삶의 터전을 지키고 막아주자는 노릇이다.

이것들이 있어야

그 안에서 마음 놓고

쉬고 놀고 일하며 살아갈 수가 있다.

울도 담도 없다는 것은

믿고 기대고 숨을 데가 없이

내동댕이쳐진 신세라는 뜻이다.

 

울과 담은

한옥의 마당을 보호하는 시설이다.

 

울은

주거의 영역을 한정하는

수단의 총칭이다.

 

울에는 바자나 타리가 있다.

바자는 대·갈대·수수깡·싸리 따위를

길이가 가지런하도록 가다듬어 엮거나 결어서 만든다.

드문드문 박아둔 울대라고 부르는 말뚝에다

바자를 붙들어 매면 울바자가 된다.

타리는 나무를 심어 기르거나 베어다 세워서 만든다.

탱자나무·잔솔나무·동백나무 같은 나무를 심어서 기르면

저절로 자라서 생울타리가 되고,

알맞게 자란 나무를 베거나 가지를 쳐서 세우고

울대 사이로 새끼줄로 엮어서 묶으면

그냥 울타리가 된다.

 

유의어로 담, 담장, 목책이 있다.

 

담은 울의 일부로

사생활보호적인 측면이 강하며

집이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기 위해

, , 벽돌 따위로 쌓아 올린 것을 말한다.

담장은 담과 같은 말이다.

흙이나 돌 등으로 쌓는다.

 

목책(木柵)

말뚝 따위를 죽 잇따라 박아 만든

울타리를 말한다.

역사적으로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든

()을 가리키기도 한다.

 

울담은 울과 담의 합성어로,

대지의 소유경계를 확실히 하거나

외부의 침입을 차단하기 위해

, , 벽돌 따위로 쌓아 올린 것을 말한다.

 

한옥의 담 중에서

사생활보호적인 담을 예로 들면

내외담, 내담, 샛담, 차면담 등이 있다.

 

내외담은

사랑채와 안채 사이에 쌓는 

가림벽 역할의 담장이다.

내외담은 담장 재료가 아닌

담장의 속성으로 분류한 명칭 중 하나으로

집 외곽에 쌓는 울타리 개념의 담장이 아니며

집 안에 쌓는 내담이나 샛담 개념의 담장이다.

부부 사이를 내외지간이라고 하는 것도

내외담을 사이에 둔 사이라는 의미이다.

 

안동 풍산김씨 종택 내외담은

안채 중문 앞에 와편담장으로 쌓았는데

길이가 짧고 가운데 구멍을 뚫어

밖의 동태를 살필 수 있도록 했다.

 

내담은

집안에 만들어진 담을 말한다.

 

샛담은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해

사람을 다니지 못하게 하거나

시선을 막기위해 지어진 담을

내담과 구별해

샛담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차면담은

집 안이 보이지 아니하도록

집 앞에 쌓은 담으로,

전통가옥에서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 쌓아놓은 담을 말한다.

 

담장은

재료에 따라

토담, 돌담, 와담, 전돌담, 꽃담, 나무담장으로

공사방법에 따라

외담, 맞담으로

쌓는 높이에 따라

온담, 반담으로 구분한다.

 

이 중에서

민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재료측면에서

토담과 돌담 그리고 토석담이다.

 

흙에다

짚 같은 검불을 섞어서 짓이겨 쌓는 것이

토담이고

흙과 돌을

층층이 번갈아 섞어서 쌓는 것이

토석담이고

오직 돌만으로 쌓는 것이 돌담이다.

 

토담·토석담은

반드시 위에 짚으로 이엉을 이거나

기와로 덮어서 눈비를 막아야 한다.

눈비가 많고 비바람이 무서운 고장에서는

돌담이 아니면 견디기가 어렵다.

 

돌을 쌓는 방법은

크게 건식과 습식 두 가지가 있다.

돌 사이에 사춤을 넣지 않고

돌끼리 맞물리도록 쌓는 것이 건식쌓기이고,

사춤을 넣어 쌓는 것을 습식쌓기라 한다.

습식쌓기는 건식쌓기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진다.

습식쌓기는

줄눈을 주어 밀봉하는 형식으로

담을 쌓는 것이고

돌 사이에 줄눈을 주어

붙이지 않고 돌만 쌓는 방식이

건식쌓기이다.

 

여기에 나오는 사춤은

삼화토(三華土),

모래, , 강회를 1:1:1의 비율로 섞어서 만든다.

미장이가 재사벽(再砂壁)을 만드는 데

쓰는 고급의 재료에 해당한다.

한옥의 담 중에서

멋스러운 것을 꼽는다면

사고석담과 꽃담 등이 있다.

 

한옥의 사고석담<출처>https://blog.naver.com/jjffee/

 

 

사고석담은

사고석 담장으로

사고석을 써서

쌓은 담장이다.

 

사방 56

 17안팎의 화강석을

사고석이라고 한다.

 

수평줄눈을

바르게 막힌 줄눈으로 쌓고

치장줄눈을 내민줄눈으로 발라

마무리한 것이다.

내민줄눈을

사고석이나 벽돌보다

줄눈이 밖으로 더

내밀어진 것을 말한다.

 

창덕궁 연경당의 담이 그 예.

장대석을 23단 쌓은 후

사고석을 쌓고

그 위에 벽돌을 쌓는 식이다.

위로 갈수록 작아지는 형식으로

한옥에서 자주 채택하는

건축방법이다.

 

 

한옥의 꽃담<출처>새전북신문

 

 

꽃담은

말부터 예쁘다.

기와 또는 전돌로

여러 가지 색채로 글자나

무늬를 넣고 쌓는 담이다.

 

여기는 내 땅이야’,

타인 출입금지식의 엄포가 없다.

질박하면 질박한 대로, 화려하면 화려한 대로

여유와 만족을 안다.

우리네 조상들의 마음씨를 빼닮았다.

 

전북지역에 전통 꽃담이 많이 남아있다.

특히 임실 녹천재의 경우

왼편 담장에는 버금 아()’ 10여 개,

담장 오른편에는 꽃문양을 필두로

()’, ‘()’, ‘()’ 4,

태극 문양, ‘()’, 또 다른 태극 문양,

그리고 다시 ()’ 4개가 자리하고 있다.

 

달성 도동 서원 중정당 사당 담장은

기와를 이용해 쌓은 맞담으로,

보물 제 350호이다.

 

맞담은

돌멩이를 마주 놓아

겹으로 쌓은 돌담이고

외 줄로 쌓아올린 담은

외담이라고 한다.

 

 

울타리토담석담토석담와담꽃땀사고석담

 

상기와 같이 발전해온 담은

그 집의 살림규모나 신분을 간접적으로 나타난다.

 

사고석담은 덕수궁돌담길과 같이

궁궐의 담벽으로 많이 활용된다.

 

울안이 들여다 보이는 울타리는 하층민,

토담과 석담은 중인이하의 서민,

토석담 이상은 양반가에서 많이 활용됐다.

 

특히 초가에 살던 서민들은

낮은 담을 둘러서 집안을 아늑하게 만들고,

담 밑에 장독대를 만들어 조화를 이루게 했다.

한 폭의 동양화처럼 연상되지 않는가.

 

이와 달리

솟을대문을 지어 놓고 사는

지체높은 양반가에서는

밖에서 안이 들여다 보이지 않게

사람 키 보다 높게

담을 쌓아 울안을 보호했다.

 

   

경남 산청 남사예담촌의 토석담<출처>투어코리아

 

 

경남 산청에 있는 남사예담촌이

대표적인 예다.

남사예담촌의 예담은

예 담장이라는 의미와

예를 다해 손님을 맞는다는 뜻이

합축돼 있다.

 

3.2에 이르는 예담은

이 한옥마을의 운치를

한껏 끌어 올린다.

 

최씨 고가나 이씨 고가 등 양반가와

연일 정씨 문중 재실인 사양정사 등에는

주로 토석담이 쌓여 있고

민가에서는 돌담을 많이 볼 수 있다.

 

쉽사리 안을 볼 수 없는

옛 양반가의 담장을 보여주듯이

담장의 높이는 약 2m

다소 높은 편이다.

3.2m나 되는 셩벽 담장도 있다.

 

이 마을의 토석담은

국가등록문화재 제281호로

지정돼 있다.

 

 

우리의 한옥은

지붕의 선과 담,

그리고 문살의 무늬 등에서

민족의 은은한 마음씨와 정겨움을 느끼게 한다.

 

필자는 올 봄에

집필실 헛간의 외벽을

보수 수리하면서

3단으로 나눠

1, 2단은

전통적인 돌담으로 쌓고

나머지 3단에는

방부목을 설치할 생각이다.

 

집밖으로 노출돼 있는 흙벽은

헛간의 벽이자

외부와의 경계역할을 하는 담이다.

 

 

<‘연구가/여행작가 한재 자연경 신충우>

 

이글루스 등재 : 2021/01/17

티스토리 이전 : 2023/06/13

Posted by 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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