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돌아가셨’다고
표현하는 것은
생물의 진화를
가장 명료하게
설명하는 말이다.
⓵ 돌아가다
⓶ 돌아갔다
⓷ 돌아가셨다.
이들은
귀환(歸還)의 의미로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거나 돌아감의 뜻이나
⓵과 ⓶는
집으로 돌아가는,
가벼운 정도의 귀환을 의미하고
⓷은
자연으로의 순환으로
죽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과거형으로 경어를 쓴다.
죽음은
⓵과 ⓶로는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가족묘지에서
오늘 효손놀이를 했다.
이삼일은
더 해야 끝이 날 것 같다.
한식 전에 끝낼 생각이다.
ⓒ신충우, 2020
종손으로서
즐겁게
가족자연묘지를
관리한다고 해서
아내가 놀림삼아
붙여준 이름이다.
효손놀이-
나쁘지는 않는 것 같다.
묘지관리는
자기를 있게 한
선조에 대한 효행이다.
이왕하는 것
피할 수 없으면
즐겁게 하는 것이 좋지 않나.
잡초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잡초는
잔디 보다
먼저 올라 온다.
요즘 올라 온
풀은 모두 잡초로
뽑아내야 한다.
지난 2월 눈이 왔을 때
풀씨가 발아되는 것을 막기위해
동장군을 살포했는데도 불구하고
올라오는 놈들이 있다.
3, 4월에
잡초를 잘 뽑아주면
한해가 편하다.
얼었다가
녹으면서
부풀어 오른
잔디도
밟아 주어야 한다.
ⓒ신충우, 2020
한식날
묘지에
가족들이
성묘를 오게 된다
올해는
한식이 4월 6일이다.
묘지관리는
제사와 함께
은퇴한 노인들의 몫으로
웰다잉측면에서
소일 삼아 하면
정신건강에도 좋다.
당하는 죽음 보다는
맞이하는 죽음이
행복하지 않겠는가.
묘지관리를 하다보면
죽음에 대한 공포감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곳이 바로 묘지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죽음을 순응하게 한다.
죽음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다.
돌고 도는
자연의 순환과정이
죽음으로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돌아가셨다고 하지 않는가.
지구상에 생명이 출발한 시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늘날 지구에 존재하는 온갖 동식물
그리고 인간은 모두 하나의 조상을 가지고 있다.
지구 생물체의 기원은 원핵생물로
세포 안에 뚜렷한 핵이 없는
원핵세포로 이루어진 단세포생물이다.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기원이자
지구에 출현한 최초의 생물로서,
박테리아가 대표적인 예이다.
최초의 원핵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가 광합성을 하고
산소를 내뿜었던 흔적이 남아있는
화석이 ‘스트로마톨라이트’.
암석 속의 퇴적구조로 남아 있다.
현재 화석화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전 세계에 존재하며
국내에도 이 화석이 발견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현재까지 가장 오래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37억 7천만 ~ 42억 8천만년에 생성된 것으로
2017년 캐나다의 한 바위에서 발견됐다.
이를 역추정하면
지구에서의 생명의 역사는
43억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에서의 생명의 역사를
38억년에서 44억년 사이로 보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모두 다
장구한 생명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위대한 존재들이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는
인류의 진화에서 가장 새로운 단계에 해당,
출현한지 4만 년 이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죽으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자연의 물질로 돌아간다.
원점으로의 회귀이다.
화장(火葬)은
이에 반한
인위적인 물질화다.
‘돌아가셨다’라는 말은
생명의 근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 말을 사용하는
한국인, 한민족은
세계의
어느 나라 어느 민족보다도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는 뿌리를 중시한다.
그래서
아주 천시하는 욕으로
‘근본도 모르는 놈’이란 말이
있지 않는가.
<‘한’연구가/저술가 자연경 신충우>